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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하우스]열 아파트 부럽지 않게 짭짤한 서울시 임대주택 다시보기

천국의하루 2013. 1. 23. 15:42

임대주택은 빈민 주택이 아니다

이제 임대주택에 대한 인식을 바꿀 때가 되었다. 임대주택 하면 가난한 사람들이 집 살 형편이 못되어 어쩔 수 없이 들어가 사는 곳이라는 그 동안의 생각은 그 시대의 이야기로 접어야 한다. 이제 돈이 많아도 자발적으로 주택 소유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집을 갖고 있어봐야 세금만 나가고, 집값이 계속 떨어질 게 뻔한데, 굳이 융자 부담을 짊어지면서까지 집을 소유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늘어나고 있다. 그래도 집은 있어야 하니, 큰 돈 들지 않고 오랜 시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임대주택을 선호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며칠 전 서울시에서는 서울시장 민선 5기가 마무리되는 2014년까지 공공임대주택 8만호를 공급하고, 앞으로 20년 이후에는 서울시의 전체 주택 가운데 임대주택의 비중을 10% 수준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2012년까지 시에서 공급한 임대주택은 모두 4만6782호이며, 올해에도 2만4982호를 추가로 공급, 2013년 말까지 모두 7만1764호 공급을 완료할 계획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앞으로 새롭게 공급하는 임대주택의 주거 기준은 '사울시민복지기준'에 따라 지금까지의 '최저 수준'을 넘어, 입주자의 삶의 질을 고려한 '적정 수준'으로 상향 조정된다는 점이다. '임대 주택이니 비좁고 불편해도 참고 살아라'라는 개념을 깼다는 점에 의의를 둘만 하다. 예를 들어 예전 임대주택 1인 가구 최소 전용 면적 기준은 14㎡(정부 기준)였다. 4평 남짓한 면적인 것이다. 4평이면 일반적인 아파트의 안방보다 작은 수준의 방에 주방, 화장실 등 부대시설까지 모두 갖춰야 한다는 말이다. 이것을 앞으로는 17㎡로 상향 조정, 다소 넓혔고, 2인은 26㎡에서 36㎡로, 3인은 36㎡에 43㎡로 늘어난다.

임대주택 정책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임대주택에 대한 생각은 정책 입안자, 개인의 가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시장의 원리에 반한다며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정책을 중지해야 한다는 과격한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서울시는 앞으로도 임대주택 정책을 '지속확대형'으로 전개하겠다고 밝힘으로써 당분간 기저를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지속 확대 정책을 위한 방법으로는 서울시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땅은 물론, 민간 주택과 토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을 통해 공공원룸주택, 전세금 지원형 임대주택, 쪽방 리모델링, 고시원 안전시설 개선, 사유지 임차 주택 건설을 꾸준히 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지난해에 새로 도입한 '1~2인 가구 맞춤형 공공원룸주택' 등 소형 주택 건설 계획의 경우 꾸준한 매입 작업을 통해 강남구 역삼동에 30호, 구로구 천왕동에 80호를 건설하고 민간 원룸, 다가구 주택 매입 작업을 통해 모두 2673호를 공급할 예정이다. 전세보증금을 무이자로 빌려주는 제도도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 최대 4500만원까지 빌려서 입주할 수 있는 전세금지원형 임대주택은 작년에 1392호를 공급 완료했고 2014년까지 총 4050호로 확대하기로 했다. 쪽방 리모델링 작업도 2014년까지 200방을 추가 시행하며, 안전이 문제가 되는 고시원의 시설개선 사업도 올해 45개소를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개인 토지를 장기 임대해서 그곳에 주택을 지어 임대하는 방식의 임대주택도 생긴다. 그 첫번째 사업은 사당동에서 시작된다. 원룸 30호가 건설되며 준공 시기는 올 연말이 될 예정.

고가도로 하부에 모듈러 주택, 공공청사 리모델링

리모델링의 관견은 디자인을 통한 편의성이다. 낡은 것을 새것으로 만드는 일이 간단치는 않다. 주택의 기본 조건인 안락함, 방음, 단열이 가능해야 하고, 프라이버시 보장도 제공되어야 한다. 임대주택이라는 이유로 고급 주택이나 아파트보다 형편없는 환경이 제공되어서도 안된다. 이런 우려를 해소하는 방법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다. 서울시에서 내놓은 첫번째 아이디어는 '낡은 공공청사 리모델링'이다. 이 경우 재건축 없이 주택으로 리모델링해서 공급하기 때문에 건축비가 절감되고 공사 기간도 단축된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은평구 갈현동 (구)119센터 건물이 리모델링 중이다. 이 건물은 1994년에 준공된 3층 짜리 건물로 면적은 489.27㎡다. 리모델링 작업은 올 10월에 마무리 할 예정으로 24실의 대학생 공공기숙사로 재탄생한다. 앞으로는 공공주차장에도 임대주택이 지속적으로 들어설 전망이다. 그동안 공공주차장은 지상에서 주로 운영되어왔다. 이런 부지들이 임대주택정책과 만나면서 주차장은 지하로 들어가고 지상에는 주택 건물이 들어서는 것이다. 공공주차장의 복합건물화는 이미 작년부터 시행, 등촌동에 54호가 공급된 바 있다. 서울시는 2013년에 신내동, 거여동, 수유동 등에 있는 공공주차장 등을 활용해서 모두 374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고가도로 하부 초소형 모듈러 주택도 눈길을 끈다. 모듈러주택이란 조립식 주택으로, 설계도를 기반으로 공장에서 집을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을 말한다. 모듈러주택은 이미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자리를 잡은 건축 방식이다. 주택이 들어설 부지에 상수도, 하수도, 가스, 전기 등 기반 시설을 마련한 뒤 공장에서 만들어 놓은 조각들을 현장에 가져와 조립하거나 완성된 집을 크레인을 이용해서 통째로 설치한다. 비용이 저렴하고 디자인도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어 1인 가구 젊은층에게 어필될 것으로 보인다. 단, 고가도로 하부에 설치되는 만큼, 고가도로와 주택이 어떤 디자인으로 연결되고 통합될지가 관건이다. 또한 도로 한 가운데에 위치하는 만큼 교통 시설로부터의 독립성, 안전 확보도 중요한 숙제다.

스타일이 있는 에코 임대주택

은평구 기자촌 일대에 조성하게 될 '미래도시주거 신모델 조성' 계획도 주목할만 하다. 디자인은 물론 에너지절약형, 친환경이 이 계획의 주제다. 기자촌 일대의 미래도시에는 모두 1000호를 건설 500호는 분양하고 500호는 임대주택으로 공급된다. 마스터플랜은 작년에 수립 완료되었고 올해에 국내외 유명 건축가에게 단지별 설계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미래도시주거단지의 준공 시점은 현재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단, 설계 완료를 올해 말 쯤으로 본다면 건설 승인과 착공, 그리고 80% 공정이 이뤄진 후 분양과 임대 공고가 나가고, 이를 통해 2014년 말이나 2015년 쯤으로 예측할 수 있다.

민간 소유 주택도 임대주택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이 소유한 집을 어떻게 임대주택으로?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망원동에 30년 된 낡은 집을 갖고 있는 조 아무개 씨는 최근 집의 안전에 대해 심각한 걱정을 하고 있다. 장마철에 지붕이 세는 것은 물론 벽에 금도 많이 가서 단열은 물론 집이 무너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집을 리모델링하면 좋겠지만, 가진 거라곤 달랑 집 한 채 밖에 없어서 자금을 마련할 길도 막막하다. 그렇다고 집을 팔기는 싫다. 이럴 경우 서울시와 협의하면 시에서 이 노후주택의 리모델링 작업을 지원하고, 대신 조 아무개 씨는 시에서 지정한 세입자가 전세금 인상 없이 6년 동안 거주할 수 있도록 해준다. 집 주인은 집을 고칠 수 있고, 돈 받고 전세까지 놓을 수 있어서 좋고, 세입자는 6년 동안 다음 주택 구입비 등 저축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어서 좋다.

청년과 노년용 임대주택, 협동조합 주택도 가능

노인이나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서비스연계형 임대주택도 새로 도입되었다. 임대주택 거주자 가운데 의료, 일자리, 노후대책 등 복지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복지 연계형 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첫째, 의료안심주택은 독거노인, 거동불편자 등 자활치료자의 안전한 생활 지원을 위해 서울시 14곳의 시립병원과 25곳의 보건소 반경 500m 이내에 임대주택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이 사업의 실현을 위해 서울시는 시립병원과 보건소 근처의 다가구, 다세대 주택, 원룸 등의 매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서울의료원 근처 신정동 SH 미매각 용지를 활용, 시점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정 자산은 갖고 있지만 은퇴 등의 이유로 고정 수익이 없는 장년, 노년 층을 위한 '노후안심주택'도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 아직 검토 단계에 있는 이 제도는 노후에 다가구 등을 소요한 임대사업자에게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하고, 지원 비용만큼의 지분을 임대주택으로 확보하는 방식이다.

비슷한 꿈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살면서 커뮤니티를 만들고 취업에도 도움이 되는 '일자리 지원형 임대주택'도 이미 공급되었거나 준비 중이다. '일자리 지원형 임대주택'은 취업이나 창업을 준비하는 '사회 초년생'들이 공동의 공간에 살면서 정보를 공유하고 때로는 마음 맞는 사람끼리 함께 사업을 전개할 수도 있는 커뮤니티하우스를 말한다. 문정동에 원룸 31호를 이미 공급했고 정릉동에 건설 중인 원룸 19호도 올 상반기 중에 준공할 계획이다. 서울시에서 새로운 커뮤니티하우스 부지로 유력하게 주목하는 지역으로는 청년층 밀집지역인 관악, 구로, 금천, 마포 등이다.

협동조합형 임대주택도 등장했다. 가양동에 공동육아를 매개로 24호를 공급한 것에 이어 올해는 만리배수지 관사 및 유휴부지를 활용해서 커뮤니티 공간으로 조성, 예술인을 위한 협동조합 임대주택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올 하반기, 또는 내년에는 지방 출신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을 위한 공공기숙사도 문을 열게 된다. 서울시가 토지를 제공하고 지자체가 건축비를 부담하는 형식의 공공 임대 기숙사는 강서구 발산동에 추진 중인데, 순천시와 태안군에서 공동으로 120호를 마련하게 된다. 유수지 기숙사도 눈여겨볼만 하다. 유수지란 홍수 때 많은 물을 한꺼번에 강으로 흘려보낼 수 없어서 일시적으로 물을 모아두는 시설을 말한다. 유수지는 그동안 폐쇄된 공간으로 유지되어 왔으나 최근 일부 공간을 공원화해서 시민에게 돌려주는 지자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유수지 상부에 공공기숙사 설치가 허용됨에 따라 기숙사 건설을 추진 중인 지자체의 공공 기숙사는 일단 700실로 1400명의 학생이 싼 값에 주거 공간을 마련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글 이영근(프리랜서) 사진 제공 서울시 주택정책실 임대주택과]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363호(13.01.29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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