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학상식

암치료 잘 돼도 혈관막힘 주의하세요

천국의하루 2012. 5. 23. 13:37

암 치료 잘 돼도… 혈관 막힘 주의하세요

암 환자 정맥혈전증
암 치료 후 발병 위험 정상인보다 4배 높아
한쪽 다리만 붓거나 통증 오면 즉시 병원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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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5.23 08:03

폐암 항암치료를 받는 김모(59·서울 송파구)씨는 최근 암 자체가 아닌 정맥혈전증으로 죽다가 살아났다. 김씨는 왼쪽 종아리가 붓고 아프다가, 갑자기 숨이 차고 흉통이 생겨 응급실에 실려갔다. 주치의는 "암 때문에 생긴 혈전(피떡)이 온 몸의 혈관을 돌다가 다리와 폐의 혈관을 막았다"며 "조금만 늦게 왔으면 사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선양 교수는 "암 환자는 정맥혈전증으로 숨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평소 정맥혈전증 예방법과 조기 대처법을 알아둬야 한다"고 말했다.

암 환자 혈전 발생 위험 4배 이상

암 자체 때문에 숨지는 경우를 제외하면, 정맥혈전증은 폐렴 등 면역력이 떨어져서 생기는 감염과 함께 암 환자 사망 원인 1위를 다툰다. 미국 로체스터대 메디컬센터 연구팀이 항암치료를 받은 환자 4446명의 사망 원인을 조사했더니, 10명 중 1명이 정맥혈전증이었다. 암 자체의 진행으로 숨진 사람은 10명 중 7명이었다. 박선양 교수는 "암세포가 혈액 응고를 유발하는 물질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암 환자는 원래 혈관질환이 없어도 혈전이 잘 생긴다"며 "암세포가 만든 혈전은 온몸 혈관을 타고 돌다가 혈관 가지를 막는 정맥혈전증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술·항암·방사선 치료 등을 받는 암 환자는 체력이 떨어져서 신체 활동이 크게 줄기 때문에 정맥혈전증이 더 잘 생긴다"며 "암 환자의 정맥혈전증 발병 위험은 일반인의 4배 이상"이라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상위 교수는 "암 환자의 혈전은 주로 다리 혈관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암 환자는 종아리가 붓거나 통증이 생기는지 잘 살피라"며 "다리를 지나가 폐 혈관을 막으면 환자는 순식간에 숨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맥혈전증은 모든 암이 유발하지만, 다발하는 암이 따로 있다. 김상위 교수는 "편평상피암보다 선암(腺癌)이 정맥혈전증을 더 잘 일으킨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선암인 위암과 폐암에서 정맥혈전증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암 환자는 혈전으로 다리와 폐의 혈관이 막힐 위험이 높기 때문에, 정맥혈전증 예방법과 초기 대처법을 숙지해야 한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한쪽 다리 부으면 바로 병원 가야

다리 한쪽이 붓거나 혈관이 두드러져 보이고, 그 부분을 만졌을 때 통증이나 열감(熱感)이 있으면 정맥혈전증이 생긴 것이다. 박 교수는 "정맥혈전증이 생긴 당일 자신의 암 주치의에게 외래 진료를 받거나, 응급실에 가서 정맥혈전증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리에 생긴 피떡이 언제 폐 혈관을 막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호흡곤란과 함께 맥박이 빨라지거나, 피가 섞인 가래·기침이 나오거나, 흉통·열이 있으면 폐 혈관이 막힌 신호이므로 즉시 구급차를 불러 타고 응급실에 가야 한다. 시간을 조금만 끌어도 목숨을 잃을 수 있다. 폐혈관 CT(컴퓨터단층촬영) 등의 검사를 한 뒤 항응고제 치료를 한다. 퇴원해도 3~6개월 이상 항응고제 치료를 받는다.

매일 20분 걷고 물 많이 마셔야

정맥혈전증을 예방하려면 평소 물을 충분히 마시고, 암 치료를 받느라고 힘들어도 최소 하루 20~30분씩 걷는다. 한 자세로 오래 있으면 정맥혈전증 위험이 커진다. 박 교수는 "체력이 떨어져서 움직이지 못할 상태의 암 환자는 탄력스타킹을 신으면 정맥혈전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맥혈전증 위험이 높다고 주치의가 판단하면, 현재 혈전이 없는 암 환자에게도 항응고제를 하루 한 번 주사하는 예방적 치료를 할 수 있다.

/ 김경원 헬스조선 기자 kkw@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