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공익제보자 인터뷰]② "싼타페 급발진, 속주 현상이 원인"
[현대차 공익제보자 인터뷰]② "싼타페 급발진, 속주 현상이 원인"
박성의 기자 입력 2017.03.22 10:07 수정 2017.03.22 11:00 댓글 830개
현대차 공익제보자 김광호(55)씨는 21일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현대차는 싼타페 일부 모델에서 연료누유 현상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엔진가동 후 점화를 차단해도 엔진이 계속 회전하는 속주(Run-on) 현상이 싼타페 급발진 사고의 원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차가 결함의심 싼타페 모델들을 모두 무상수리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김씨는 “안전에 직결된 문제라 강제성 있는 리콜조치를 발표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자동차 제작결함 조사를 담당하는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이 인력과 기술부족을 이유로 제작사와 소비자 입장을 공정하게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현대차와 갈등이 마무리되면 자동차 결함사고를 당한 피해자를 위한 ‘제작결함 연구소’를 운영하고 싶다고 밝혔다.
◇ 싼타페 급발진, 속주현상 탓일 수 있어
지난해 8월2일 부산 감만동에서 현대차 싼타페를 타고 가족과 피서를 가던 운전자 한모씨가 갑자기 치솟은 차량 속도 탓에 주차돼 있던 트레일러 차량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일가족 5명 가운데 생후 2개월 된 갓난아기 등 4명이 숨졌고 운전자 한씨는 중상을 입었다.
1월1일에는 경북 경산시 와촌면에 있는 팔공산 갓바위 입구에 세워둔 싼타페가 출발하는 순간 굉음을 일으키며 앞으로 튀어나간 사고도 발생했다. 이 사고로 운전자 권모씨 차와 들이받힌 승용차 등 3대가 폐차됐다.
현대차는 연이은 싼타페 급발진 논란에 대해 “결함이 아닌 운전자 과실 가능성이 있다”며 선을 그었다. 제작결함조사에 착수한 국토부 역시 "차량 결함이 급발진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찾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대차 리콜 담당부서에서 근무한 김광호씨 판단은 달랐다. 싼타페를 비롯한 현대·기아차 일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근본적 결함이 있다고 주장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회 정무위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현대차 내부자료 근거로 싼타페 등 모델명 SM, JM, FO로 불리는 차량에 고압펌프 프렌지볼트 풀림에 의해 연료 누유가 일어나고, 이로 인해 엔진 오버런(시동이 꺼지지 않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밝혔는데.
2015년 7월8일 회사 내부회의에 참석 했다. 그때 처음 (싼타페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당시 각 관련부서로부터 자료도 받았다. 요약하면 자동차에 연료가 비정상적으로 공급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고압펌프 불량이 발생했다. 결국 프렌지볼트가 풀리면서 엔진 안으로 연료가 새고, 이로 인해 엔진이 계속 돌아가게 된다.
현대차는 오버런과 급발진은 연결고리가 없다고 반박했는데.
오버런은 잘못된 표기다. 정확히는 디젤링, 즉 속주(Run-on) 현상이 맞다. 계속 달린다는 뜻이다. 연료가 과잉공급 되면서 속주 현상이 발생하게 되면 엔진 가동 후 점화를 차단해도 단시간 동안 계속 엔진이 회전하게 된다. 즉, 자동차 키를 빼도 엔진이 계속 돌아간다는 것이다.
속주 현상이 운전 중에 발생하게 되면 급발진이 일어날 수 있다. 풋 브레이크와 사이드 브레이크를 밟아도, 기어만 D에 놓으면 차가 튕겨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가속 상황에서 비정상적으로 연료가 주입되면 엔진 출력이 상승하면서 급발진을 야기할 수 있다.
현대차는 2007년 고압펌프 연료 비침 현상을 이유로 싼타페 디젤 차량 무상점검을 실시했다. 2000년 11월15일에서 2004년 12월30일까지 생산된 차량이 대상이었다. 즉, 문제 차량을 이미 무상수리했으니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데.
우선 리콜을 해줘야할 심각할 문제를 강제성이 없는 무상수리로 대처했다는 게 문제다. 무상수리하지 않으면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리콜로 갈 것 같으니 무상수리를 진행한 것이다.
연료비침이란 연료가 외부로 누유돼 눈으로 확인 가능한 결함 현상이다. 싼타페 고압펌프가 문제인 핵심 이유는 플랜지 볼트가 풀려 벌어진 틈새로 새어나온 연료가 엔진 내부로 유입돼 비정상적인 경로를 통하여 연소실로 연료가 공급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이 같은 현상을 무상수리 범위에 넣지 않았다.
또한 연료 비침 문제를 싼타페로 한정한 것도 문제다. 결함이 의심되는 고압펌프는 투싼, 트라제, 스포티지에도 장착됐다. 현대차는 이 같은 문제차량들을 비공식적인 무상수리로 대처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에 대해 “김씨 주장은 정확한 자료와 근거에 바탕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지난해 공개금지 가처분 결정을 받은 상황”이라며 “품질문제는 지속적인 점검을 하고 있으며 절차에 따라 유관 기관의 점검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 제작결함 연구소 운영 소망…현대차, 품질경영 언행일치해야
지난해 인터뷰에서는 성공한 공익제보자선례 남기고 싶다며 현대차에 복직하고 싶다 밝혔다. 그 마음은 변함이 없나.
(참고기사:[인터뷰] “리콜은폐 고발, 현대차 위한 결정”)
회사에 너무 실망했다. 처음에는 일부 직원이 잘못해서 생긴 일이라 믿었다. 그러나 조직적으로 잘못은 숨기는데 급급한 모습에 ‘내가 알고 다녔던 회사가 이런 회사였구나’ 싶다.
현대차는 직원들에게 품질경영과 신뢰경영, 고객최우선 주의를 교육한다. 이 세 원칙을 실천해야 변할 수 있다. 공익제보에 등을 돌리는 것은 세계 일류 회사에 어울리는 태도가 아니다.
실망에도 불구하고 굳이 복직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곧 공익제보자의 선례가 되기 때문이다. 내 공익제보가 성공해야만 현대차 내부의 자정능력도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 사회 공익신고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복직해서 명예회복을 했으면 한다. 같이 오래 일했던 동료들이 공익제보 순수성에 대해 행여 오해 했을 수 있다. 풀고 싶다. 회사가 최악의 선택을 하긴 했지만, 현대차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들 중에는 자동차를 정말 사랑하는 훌륭한 엔지니어들도 많았다.
앞으로 계획은.
제작결함을 공정하게 조사할 수 있는 제작결함 연구소 같은 조직을 만들고 싶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결함의심 사고가 발생하면 본인이 입증을 해서 보상을 받아야 하는 잘못된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다. 그걸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겠다. 공익제보 과정에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많이 지원했다. 나 역시 내가 받은 혜택을 사회에 돌려주고 싶다.
박성의 기자 sincerity@sisajournal-e.com<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