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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시공으로 'X 못푸는 집', 집주인 어떡해

천국의하루 2014. 1. 26. 17:05


엉터리 시공으로 'X 못푸는 집', 집주인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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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78가지 '집짓기 표준안내문' 제작…25개구 배포]

머니투데이

공사중 자주 발생하는 위반유형./자료=서울시


#1. 2013년 10월 서울의 A구에 사는 주부 B씨는 최근 신축한 단독주택에 정화조 청소업체를 불렀다가 황당한 대답을 들어야 했다. 설계도면 상 마당에 있어야 할 정화조의 위치가 건물 지하층에 있어 청소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관할 구청에 찾아가 시공 책임을 물었지만 서류상 시공자가 자신으로 돼 있어 하소연 할 곳도 없었다. 건축주가 직접 시공한 것으로 서류를 제출하면 공사비를 깎아주겠다는 시공업체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 화근이었다.

건축사법에 따르면 설계나 감리계약 시 손해배상을 위한 보험증서가 있어야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감리회사 조차도 보험가입에 들지 않아 B씨는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2. 2013년 10월 서울의 C구에 사는 D씨는 구청에 철거신고를 한 뒤 건물을 헐고 새 건물을 지었다가 뜻하지 않는 과태료를 납부하게 됐다. 철거가 완료된 후 1개월 내에 관할 등기소에 멸실등기를 하지 않아서다.

구청에 철거신고만 하면 멸실등기가 되는 줄 알았던 D씨는 새 건물을 지은 뒤 등기소에 보존등기를 하러 갔다가 50만원을 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는 철거업자나 시공자, 설계자, 공무원 누구도 이런 절차에 대한 안내를 들은 바 없다.

서울시는 26일 이 같이 집짓기 과정과 절차에 익숙하지 않은 시민을 위해 건축허가부터 철거, 착공, 완공, 유지관리까지 건축주가 알아야 할 78가지 내용의 표준안내문을 만들어 각 자치구에 배포한다고 밝혔다.

'건축허가 표준안내문'은 기존 25개 구청에서 운영 중인 안내문을 종합하고 19개 관계기관 및 유관기관의 검토를 거친 것으로, 건축허가를 받으려는 건축주에게 이 안내문이 지급된다. 그간 자치구가 제공한 안내문이 개정법령을 반영하지 않거나 폐지 법령이나 근거 없는 지침을 임의 기재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안내문에는 철거→착공→공사진행→사용승인→유지관리 등 공사 진행 단계에 따라 △건축 △환경 △측량 △도로 △터 파기 △하수 △소방 △전기 △통신 △수도 △안전 △민원 등 꼭 알아야 할 내용을 담았다.

42개 법령, 140개 조항 등 법적 근거규정도 함께 수록됐다. 기존 건물 철거시 지방노동청에 신고해야 하는 석면 조사결과서나 건물 철거 후 1개월 내에 등기소에 신청해야 하는 멸실등기, 설계·감리자의 과실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보험 제도 등이 안내됐다.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낙하물 방지나 가설시설물 설치 기준 등에 대해서도 공사 단계별로 소개됐다.

이건기 시 주택정책실장은 "건물을 시공업체가 주로 짓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건축주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건축허가 표준안내문이 건축주와 공사 관계자에게 실질적 도움과 안전사고 민원을 예방하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영호기자 tell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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